1.18.2026. 믿음 시리즈(5) 은혜 혹은 책임. 엡2:8~10절
- Soo Yong Lee
- 21 hours ago
- 5 min read
본 문서는 신앙의 핵심 딜레마인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인간의 책임 있는 응답' 사이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믿음의 여정은 인간의 결단이나 노력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자신을 드러내시는 '자기 계시(自己啓示)'라는 주권적인 은혜로부터 출발함을 명확히 한다. 이 은혜는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구원 자체의 '내용'이며, 이는 마치 기관사이신 하나님이 승객을 무조건적으로 태우는 '구원의 기차'와 같다.
하나님은 이 은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강력한 증거들을 제시하셨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능력을 각인시킨 '출애굽 사건', 40년간의 동행을 통해 하나님의 신실함을 증명한 '아브라함의 이삭 헌신', 그리고 죽음을 이긴 궁극적 증거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포함된다.
이러한 하나님의 은혜와 증거는 수동적인 관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전인격적인 참여와 책임을 촉구하는 능동적인 초대이다. 참된 믿음은 지적인 동의를 넘어 삶의 변화와 인격적 성숙으로 이어져야 하며, 이는 부모의 사랑을 깨달은 자녀가 순종으로 응답하는 것과 같다. 결론적으로, 신앙은 하나님의 100% 은혜로 시작되고 유지되지만, 그 은혜를 온전히 누리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간의 순종과 책임 있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하는 역동적인 여정이다.
1. 서론: 믿음의 딜레마 - 은혜인가, 책임인가?
신앙의 여정을 시작하고 성경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근본적인 딜레마에 직면한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은혜)인가, 아니면 인간이 지켜내야 할 책임의 영역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긴장감은 사도 바울의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권면에서 비롯된다.
은혜의 측면: 구원은 인간의 행위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받는 선물이라고 강조한다.
책임의 측면: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며, 구원을 위해 인간의 복종과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두 개념 사이의 혼란으로 인해 많은 신앙인들이 더 깊은 성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발생한다. 본 문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믿음의 시작, 근거, 그리고 성숙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2. 믿음의 시작: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
2.1. 믿음의 기원: 인간이 아닌 하나님
일반적으로 믿음은 인간의 결심이나 노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참된 기독교 신앙의 시작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다. 만약 믿음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면, 그것은 실제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기대와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를 믿는 것과 같다. 이는 마치 상상 속의 인물 'A'를 완벽히 신뢰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참된 믿음이 아니라 망상에 가깝다.
2.2. 하나님의 자기 계시(自己啓示)
우리의 믿음은 하나님이 먼저 우리에게 찾아오셔서 자신을 보여주시는 '자기 계시'를 통해 시작된다. '계시'란 '덮여 있는 것을 걷어내어 보여준다'는 의미로, 하나님께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속성, 생각, 계획을 인간에게 드러내시는 행위를 말한다. 요한 사도는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고 표현하며 이 원리를 설명했다. 이처럼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인간을 찾아오신 사건 자체가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시작이다.
2.3. 구원의 본질: 조건이 아닌 내용 (기차 비유)
믿음은 구원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제시해야 하는 '티켓(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구원은 그 자체가 내용이며, 우리는 이 안에 참여하는 것이다.
구원의 기차 비유: 구원을 하나의 기차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기차의 기관사는 하나님이며, 그분은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기차에 태워주신다.
믿음의 역할: 믿음은 이 기차에 타기 위한 티켓이 아니라, 기차 안에서 기관사이신 하나님과 함께 인생의 여정을 동행하는 것 그 자체이다.
하나님의 주권: 일단 기차에 타면, 승객이 뒤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도 여전히 기차 안에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는 우리를 놓지 않는다.
2.4. 은혜와 응답 (등대 비유)
하나님의 자기 계시는 길 잃은 배를 향해 비추는 등대 빛과 같다.
절망적 상황: 짙은 안개와 폭풍 속에서 나침반마저 고장 난 배 안의 선원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절대 항구로 돌아갈 수 없다.
일방적 은혜: 이때 등대지기가 배를 발견하고 강력한 빛을 비춰 "이리로 오면 산다"고 방향을 알려준다. 이 빛은 선원들이 만들어내거나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닌, 등대지기의 일방적인 은혜의 선물이다.
유일한 책임: 이 빛을 본 선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 빛에 '반응'하여 배를 항구 쪽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시(은혜)는 우리의 반응(책임)을 이끌어낸다.
3. 믿음의 근거: 신뢰를 구축하는 하나님의 증거들
하나님은 우리를 구원의 여정에 초대하신 후, 그분이 신뢰할 만한 분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하신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이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제시하신 여러 증거들로 가득 차 있다.
3.1. 출애굽 사건: 하나님을 알게 하는 증거
열 가지 재앙은 단순히 바로 왕을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성경이 밝히는 더 중요한 목적은, 이 재앙들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알게 하고, 그 위대한 능력을 후대에까지 전하도록 그들의 정체성에 새기는 것이었다. 즉, 이 사건은 하나님이 믿을 만한 분이라는 강력한 증거였다.
3.2. 아브라함의 이삭 헌신: 40년의 신뢰가 축적된 결과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바친 사건은 단순히 그의 믿음을 시험(test)한 것이 아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지난 40년 동안 연약하고 실수투성이였던 아브라함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인내로 이끄셨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
정글 가이드 비유: 험악한 정글에서 초보 등산객이 계속 자기 고집대로 길을 가다가 맹수를 만나거나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그때마다 베테랑 가이드가 나타나 구해주고 치료해준다. 40년간 이런 경험이 반복되었다면, 40년 후 가이드가 썩어 보이는 밧줄을 잡고 절벽을 건너라고 할 때, 등산객은 자신의 눈이 아닌 가이드를 신뢰하고 주저 없이 따를 것이다.
데이터의 축적: 아브라함의 순종은 갑자기 생긴 용기가 아니라, 40년간 축적된 '가이드이신 하나님에 대한 데이터'가 만들어낸 절대적인 신뢰의 결과였다. 이 사건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인생을 얼마나 책임지셨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3.3.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죽음을 이긴 궁극적 증거
인간의 불신과 의심에 대해 하나님께서 제시하신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증거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다.
죽음의 한계: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으므로, 죽음 이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이 땅의 삶은 허무할 뿐이다.
승리의 표본: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부활시키심으로써 죽음이 끝이 아니며, 영원한 세계가 있음을 확실한 증거로 보여주셨다.
삶의 변화: 이 부활을 목격하고 확신한 제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도망쳤던 과거와 달리, 기꺼이 순교의 길을 걸어갔다. 부활 신앙은 이 땅의 빠르게 지나가는 삶에 얽매이지 않고, 고난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4. 믿음의 성숙: 은혜에 대한 인간의 책임 있는 응답
하나님께서 믿음의 시작과 근거를 완벽하게 마련해주셨다는 사실은, 이제 그 초대에 응답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4.1. 수동적 관람을 넘어 능동적 참여로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가 수동적으로 감상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살아있고 역동적이어서, 우리가 그 안으로 들어와 전인격적으로 참여하고 누리도록 초대한다. 지(知)·정(情)·의(意)가 모두 동원될 때 비로소 구원의 은혜를 깊이 체험할 수 있다.
4.2. 인격적 성장과 삶의 변화
만약 믿음이 삶의 변화와 인격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헌신적인 부모와 철없는 자녀 비유: 헌신적인 부모의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자녀가 눈물로 회개하지만, 이후에도 부모의 말에 전혀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는 여전히 자녀이지만 성숙한 자녀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책임: 부모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혜)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랑에 합당하게 응답하고 순종하며 변화하는 것(책임)이 성숙한 자녀의 도리이다. 이와 같이, 구원받은 신자는 변화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4.3.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을 향하여
영적인 성숙은 저절로, 혹은 초자연적인 기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혜는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책임 있는 노력, 순종, 그리고 훈련에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는" 길이다.
5. 결론: 은혜와 책임의 균형
믿음은 '은혜 혹은 책임'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신앙의 여정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시작되고, 그분이 제시하는 확실한 증거들로 인해 유지된다. 동시에 이 위대한 은혜는 우리를 수동적인 상태에 머물게 하지 않고, 그 은혜를 누리기 위한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순종의 삶으로 초대한다. 이 균형 잡힌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인식하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을 향해 힘써 달려가는 것이 성숙한 신앙의 길이다.
● 나눔 질문
1. 설교 말씀을 들을 때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나누어 보라.
2.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나만의 기대감으로 오해하거나 실망했던 경험이 있는가. 나누어 보라.
3. 인생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나를 도와주거나 바로잡아주었던 '보이지 않는 손길'이나 '가이드'가 있었다고 느끼는가. 언제 그러했는가.
4. 부모님(혹은 나를 사랑해 준 존재)의 사랑에 감동하여 눈물은 흘렸지만, 정작 행동이나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5. 성숙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서 내가 신앙의 성숙을 위하여 훈련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