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4.2025. 믿음 시리즈(2) 도구가 아닌 관계. 히11:4~7절

요약 (Executive Summary)

본 문서는 기독교의 '믿음'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제공한다. 핵심 주장은 기독교의 믿음이 개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도구나 기계적인 공식이 아니며, 본질적으로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인격적 관계라는 것이다. 믿음은 세상적인 성공이나 보상을 보장하지 않으며, 그 가치는 외부 환경이나 결과로 판단될 수 없다. 아벨과 에녹의 사례는 동일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믿음이 세상적 보상 체계와 무관함을 증명한다. 또한 노아의 사례를 통해, 믿음은 눈에 보이는 증거나 논리적 이해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신뢰하는 결단에 근거함을 역설한다. 결국, 참된 믿음은 행위나 제물에 앞서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에서 비롯되며, 이 관계를 통해 상황을 초월하는 평안과 확신을 얻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 목표이다.

1. '좋은 믿음'의 정의와 실제적 딜레마

'믿음이 좋다'는 말은 주관적인 개념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이는 사람을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

• 모든 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사람

•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

•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

•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실천하는 사람

• 어려움 속에서도 평강을 유지하는 사람

• 재물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족하는 사람

• 모든 이에게 친절과 관용을 베푸는 사람

이러한 특성들이 조화롭게 나타날 때 일반적으로 '믿음이 좋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 중 후반부의 세 가지 특성(평강, 자족, 관용)은 높은 신앙의 경지로 여겨지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례 연구: 평안한 남편의 역설

• 상황:사업 실패로 집이 넘어가고 자녀 등록금조차 낼 수 없는 절박한 위기 상황.

• 남편의 태도:극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무화과나무 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어도 나는 주님 때문에 만족해"라며 초연한 평안을 유지한다.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해 아내와 협력하기보다 주변 이웃을 돌보는 데 더 신경을 쓴다.

• 가족의 관점:객관적으로는 '믿음 좋은' 모습일 수 있으나, 함께 사는 가족에게는 무책임하고 고통스러운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이 사례는 믿음이 추상적인 신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개인에게 주어진 책임을 수반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성숙한 신앙에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의미는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을 다한 후 그 '결과'를 맡기는 것이지, 당면한 책임까지 방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2. 기독교 믿음에 대한 근본적 오해

기독교의 믿음은 소원 성취를 위해 초월적 힘을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타 종교와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물론 하나님은 신자가 바른길을 가도록 돕기 위해 세상적인 보상이나 고난을 사용하실 때가 있다. 다윗이 죄를 지은 후 고통을 통해 회개했고, 히스기야가 죽을병 앞에서 겸손히 기도하여 생명을 연장받은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신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적인 원리가 아니며, 각 개인의 고유한 경험이다. 하나님은 개인마다 채찍, 호소, 보상, 격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으신다.

3. 믿음의 본질: 제물보다 사람, 행위보다 관계

성경은 믿음의 본질이 행위나 제물이 아닌,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가인과 아벨의 제사 이야기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사례이다.

• 전통적 해석:아벨의 제사가 받아들여진 이유는 '피의 제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기 때문이라는 해석.

• 히브리서의 해석:성경 원문(창세기 4:4)은 하나님이 '아벨과 그의 제물'은 받으셨으나 '가인과 그의 제물'은 받지 않으셨다고 기록한다. 이는 제물 자체보다 '사람'을 먼저 보셨음을 의미한다.

• 핵심 원인:히브리서는 아벨이 제사를 드린 행위의 근본에 '믿음'이 있었다고 명시한다. 가인의 제사가 거부된 이유는 곡식을 드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 적용:아무리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능력을 행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맺어진 인격적인 관계와 믿음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하나님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기독교의 믿음은 인격적 관계를 배제하고는 성립할 수 없다.

4. 믿음과 세상적 보상의 관계: 아벨과 에녹

히브리서 11장에 등장하는 아벨과 에녹의 사례는 믿음이 세상적 성공이나 보상을 위한 도구가 아님을 극명하게 대조하여 보여준다.

이 두 인물의 대조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 세상적 보상과의 무관성:기독교의 믿음은 세상적인 것을 풍요롭게 하거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다.

• 성공/실패 기준의 오류:신자의 믿음의 가치를 세상의 성공이나 실패(부유함, 건강, 평안한 환경 등)로 판단할 수 없다. 만약 그것이 기준이라면, 가난하거나 병든 신자들의 믿음은 설명되지 않는다.

• 하나님의 주권:하나님은 '징벌과 보상'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넘어서 각 사람을 고유한 방식으로 대하신다.

따라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보상을 받기 위해 새로운 신앙 실천을 결심하는 것은 기독교가 추구하는 믿음의 본질에서 벗어난 접근이다. 핵심은 보상을 얻으려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5. 믿음의 근거: 보이지 않는 것을 신뢰하는 결단

기독교의 믿음은 눈에 보이는 세상적 원리나 논리적 증거가 아닌,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신뢰하는 결단에 근거한다. 노아의 이야기는 이러한 믿음의 속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노아의 상황:눈에 보이는 어떠한 징후도 없는 평온한 시기에, 온 세상을 물로 심판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경고를 받았다.

• 노아의 행동:가시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여 수십 년에 걸쳐 방주를 지었고, 그 결과 자신과 가족이 구원을 얻었다.

현대적 비유: 비행기의 원리

• 보편적 믿음:우리는 비행기가 뜨는 원리(양력 등)를 과학적으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비행기가 안전하게 날 것이라고 믿고 탑승한다.

• 과학적 한계:저명한 과학 저널(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 물리학자들은 비행기가 뜨는 이유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단일 이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유체역학의 복잡성으로 인해 실험적으로는 개선되지만, 그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믿음과의 유사성:우리가 물리적으로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신뢰하고 받아들이듯, 기독교의 믿음 또한 논리나 이성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포함한다. 하나님의 존재, 2000년 전 십자가 사건이 현재의 나를 구원한다는 진리 등은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 결론:성경은 길고 논리적인 설명을 제시하기보다 "예수의 피로 너희가 구원받았다"고 단순하게 선포한다. 기독교의 믿음은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신뢰하기로 결단하는 것이다.

● 나눔 질문

1. 설교 말씀을 들을 때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나누어 보라.

2. 누군가 나를 목적(도구)이 아닌 ‘존재 자체’로 소중히 여겨준다는 느낌을 받은 일이 있는가.

3.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신앙인’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을 보면 그렇게 느끼는가.

4. 하나님에 대한 내 열심에 대한 보상이 찾아오지 않을 때에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5. 지금 나의 상황이 성공이든 실패든, 그것이 나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삶에 어떤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