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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새기는 믿음(신년편지)

January 2nd 2026

사랑하는 버지니아 지구촌 교우님들께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즈음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난 날들을 돌아 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나이테’입니다.

     

 나무는 자신의 시간을 말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해마다 하나의 둥그런 테를 남길 뿐입니다. 비가 많았던 해는 넓게, 가뭄이 들었던 해는 촘촘하게 새깁니다. 언제나 그 어느 해도 헛되이 지나가지 않고 모두 나무의 중심에 기록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하고 고요해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계절과 인내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취보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견뎌낸 시간들이 우리 안에 신앙의 나이테로 새겨집니다. 기쁨의 해도 있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의 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는 그 어느 한 해도 낭비되지 않습니다.

     

 성경은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롬5:3,4)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시간들, 설명할 수 없었던 눈물의 날들이 사실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연단이었음을, 시간이 지나 우리의 나이테를 보며 비로소 알게 됩니다.

     

 신앙은 하루아침에 깊어지지 않습니다. 믿음의 두께는 버텨낸 시간으로 만들어집니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다시 나이테 하나를 더 쌓게 됩니다. 이 나이테가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한 해라면, 그 나이테는 반드시 우리의 중심을 더욱 단단하게 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의 인생을 돌아볼 때, “저 해는 힘들었지만 나를 깊게 만들었지”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우리의 나이테는 충분히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 한해도 우리의 날수에 주의 은혜가 촘촘히 부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은혜 아래

    

버지니아 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이수용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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